이전 글에서 조선시대 궁녀들의 월급과 재테크에 대해 다뤘는데,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그래서 "역사 속 돈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로, 이번에는 세종대왕의 세금 정책을 가져와봤습니다.
세종대왕 하면 한글 창제가 먼저 떠오르시죠. 근데 세종대왕의 업적 중에 우리 생활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건 사실 세금 제도 개혁이에요. 세종이 만든 "공법"이라는 세금 제도는 6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지금의 종합소득세, 재산세, 누진세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세종이 이 세법을 만들기 전에 17만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는 겁니다. 600년 전에요. 백성들한테 "이 세법 괜찮냐"고 물어본 거예요. 요즘 정부도 세법 바꿀 때 국민 의견 이렇게까지 안 듣거든요.
오늘은 세종의 세금 정책이 어떤 구조였는지, 현대 세금 제도랑 뭐가 같고 뭐가 다른지, 그리고 만약 지금 적용하면 어떻게 될지를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세종 이전의 세금은 왜 문제였나
세종의 공법을 이해하려면 그 전에 어떤 세금 제도가 있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세종 이전에는 "답험손실법"이라는 제도로 세금을 걷었어요. 쉽게 말하면, 매년 관리가 농민들 밭에 직접 나가서 "올해 농사가 잘 됐네, 세금 많이 내" 또는 "흉년이네, 좀 깎아줄게" 하고 눈대중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었습니다.
문제가 뭐냐면, 관리 마음대로였다는 거예요.
같은 동네에서 같은 양의 쌀을 수확했는데, 관리한테 뇌물을 준 사람은 "흉년"으로 처리되어 세금을 적게 내고, 못 준 사람은 "풍년"으로 처리되어 세금을 많이 냈어요.
요즘으로 치면 세무서 직원이 매년 집에 와서 "음... 올해 연봉 좀 오른 것 같은데? 세금 좀 더 내세요" 하고 감으로 세금을 매기는 거랑 비슷합니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부정부패가 생길 수밖에 없었죠.
백성들은 세금을 내지 못해서 고향을 떠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세종은 이걸 보고 "세금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세종이 만든 공법, 핵심은 두 가지
세종이 만든 새 세금 제도의 이름이 "공법(貢法)"인데, 핵심 원리는 딱 두 가지입니다.

1. 전분6등법 (토지 등급제) — 재산세의 원조
모든 토지를 비옥도에 따라 1등급부터 6등급까지 나눴습니다. 좋은 땅을 가진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척박한 땅을 가진 사람은 적게 내는 거예요.
이건 요즘의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구조가 같습니다. 강남 아파트 가진 사람이 시골 논 가진 사람보다 재산세를 많이 내는 것처럼, 600년 전에도 같은 원리가 작동하고 있었던 거예요.
2. 연분9등법 (수확량 등급제) — 소득세의 원조
매년 농사의 풍흉을 9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적용했습니다. 풍년이면 세금을 좀 더 내고, 흉년이면 적게 내는 구조예요.
이건 요즘의 종합소득세 누진세율과 닮았습니다. 이전 글에서 종합소득세 세율표를 정리한 적 있는데, 소득이 높으면 세율이 올라가고 낮으면 내려가잖아요. 세종의 연분9등법도 같은 원리입니다. "번 만큼 내라"는 거예요.
600년 전의 공법 vs 2026년의 세금 제도
이 두 가지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진짜 재밌습니다.
토지 기준 과세
- 세종: 전분6등법 → 토지를 6등급으로 나눠 차등 과세
- 현대: 재산세·종부세 → 부동산 공시가격 기준 차등 과세
- 공통점: 재산이 많으면 세금을 많이 낸다
소득 기준 과세
- 세종: 연분9등법 → 수확량을 9등급으로 나눠 차등 과세
- 현대: 종합소득세 → 소득을 8구간으로 나눠 누진 과세
- 공통점: 많이 벌면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세율
- 세종: 최저 4두 ~ 최고 20두 (1결 기준, 약 1/30 ~ 1/10)
- 현대: 최저 6% ~ 최고 45%
- 차이점: 세종의 세율이 현대보다 훨씬 낮다. 최고 세율이 약 10%인데, 지금은 45%
여론 수렴
- 세종: 17만 명 여론조사 (찬성 9만 8천, 반대 7만 4천)
- 현대: 국회 입법 과정 (국민 직접 투표는 없음)
- 차이점: 600년 전에 직접 민주주의를 실행한 셈

세종의 공법을 2026년에 그대로 적용하면?
재미로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시나리오 1: 세종의 최고 세율 10%를 적용한다면
현재 종합소득세 최고 세율은 45%인데, 세종의 최고 세율은 약 10%였습니다. 만약 이걸 현대에 적용하면 연봉 5억 원인 사람이 내는 세금이 현재 약 1억 8천만 원에서 약 5천만 원으로 줄어들어요.
근데 이러면 나라 살림이 안 돌아갑니다. 조선시대는 군대, 관청, 궁궐 유지비 정도만 있으면 됐지만, 2026년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교육, 국방, 복지 등 지출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이 크거든요. 세종의 세율이 낮았던 건 당시 국가 지출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에요.
시나리오 2: 연분9등법처럼 매년 소득 변동을 반영한다면
세종의 연분9등법은 매년 농사 상황에 따라 세율이 바뀌었어요. 흉년이면 세금을 깎아주는 구조였죠.
이걸 현대에 적용하면 "올해 경기가 나빠서 소득이 줄었으면 세율을 자동으로 낮춰주는" 제도가 됩니다. 지금도 소득이 줄면 세금이 줄긴 하지만, 누진 구간이 고정되어 있어서 경기 변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요.
실제로 코로나 때 자영업자들이 매출이 반토막 났는데 세금은 전년도 기준으로 나와서 힘들어했잖아요. 세종의 연분9등법이 있었다면 자동으로 세율이 낮아졌을 거예요.
시나리오 3: 17만 명 여론조사를 지금 한다면
세종은 새 세법을 만들기 전에 약 17만 명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당시 조선 인구가 약 700만 명이었으니 전체 인구의 2.4%한테 물어본 거예요. 2026년 한국 인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20만 명에게 여론조사를 한 셈이에요.
지금 세법이 바뀔 때 국민한테 직접 물어보나요? 안 물어봅니다.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끝이에요. 600년 전 왕이 세법을 바꿀 때 백성한테 물어봤는데, 민주주의 시대인 지금은 안 물어보는 거예요. 좀 아이러니하죠.
세종이 현대 세금 제도를 보면 뭐라고 할까
"왜 이렇게 세율이 높으냐?" 세종의 최고 세율은 약 10%였는데, 현대 한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45%입니다. 세종이 보면 "나라가 백성 것을 절반 가까이 가져가다니!" 하고 놀랄 거예요. 물론 현대 국가의 복지 지출을 설명해주면 이해하겠지만요.
"세금을 돈으로 내다니 편하겠구나" 조선시대에는 쌀, 콩, 면포로 세금을 냈는데, 현대에는 카드로 세금을 냅니다. 이전 궁녀 월급 글에서도 다뤘지만, 현물 경제에서 화폐 경제로 바뀐 건 엄청난 변화예요.
"홈택스라는 게 있다고? 관리를 안 보내도 된다고?" 세종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세금 걷으러 가는 관리의 부정부패였거든요. 홈택스로 자동 계산·자동 납부가 되는 걸 보면 "이거야말로 내가 꿈꾸던 세상이다!" 할 것 같아요. 이전 종합소득세 글에서 홈택스 신고 방법을 정리한 적 있는데, 세종이 봤으면 감동했을 거예요.
"근데 왜 세법을 바꿀 때 백성한테 안 물어보느냐?" 이건 진짜로 할 말이 없습니다.
세종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
600년이라는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세종의 세금 철학에서 현대인이 배울 점이 있습니다.
공평하게 걷는 게 핵심이다 세종이 공법을 만든 이유는 "세금을 더 많이 걷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평하게 걷기 위해서"였어요. 잘 사는 사람이 더 내고, 못 사는 사람이 덜 내는 구조. 이건 지금도 모든 세금 정책의 기본 원칙이어야 합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실행이 나쁘면 소용없다 세종의 공법도 처음에는 훌륭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변질됐어요. 연분9등법의 등급 판정이 다시 관리 마음대로 되면서 답험손실법 시절로 돌아간 거예요.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제대로 실행하고 감시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교훈이에요.
절세는 권리다 세종이 세금을 "공평하게" 걷으려 했다는 건, 뒤집어 말하면 불필요한 세금은 안 내도 된다는 뜻이에요. 이전 글에서 연금저축, ISA, 경비처리 같은 절세 방법을 다뤘는데,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건 탈세가 아니라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거예요. 세종이 봐도 "절세하는 백성이 현명한 백성이다" 했을 겁니다.

3줄 요약
- 세종대왕의 공법은 토지 등급(전분6등법)과 수확량 등급(연분9등법)으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현대의 재산세와 종합소득세의 원조입니다
- 세종은 새 세법을 만들기 전 17만 명에게 여론조사를 했는데, 민주주의 시대인 지금은 세법 개정 시 국민 직접 투표가 없습니다
- 600년이 지나도 "공평한 세금"이라는 원칙은 변하지 않으며, 합법적 절세는 현명한 백성의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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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도 잼있는 컨텐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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