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새 통역생이 한 명 들어옵니다. 일본어 문서를 조선어로 옮기고 회의 내용을 받아 적는 자리라 눈에 띌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얼마 전까지 경성에서 손꼽히는 소매치기였고, 지금은 독립운동 조직이 총독부 안에 심어 둔 밀정입니다.
tvN 새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은 이 설정 하나로 시작합니다. 첫 방송을 앞두고 검색해 보니 출연진 이름만 죽 늘어놓은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보기 전에 궁금했던 것들, 그러니까 몇 부작인지, 주인공 이름이 왜 두 개인지, 조연들은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 하필 1932년인 이유는 뭔지를 순서대로 적어 봤습니다.
총 16부작, 토요일과 일요일 밤 9시 10분
첫 방송은 10월 10일 토요일 밤 9시 10분입니다. 이후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같은 시간에 방송되고, 총 16부작이라 편성대로 간다면 마지막 회는 11월 29일입니다. 본방을 놓쳤다면 티빙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중계가 잡히는 주말에는 시간이 밀릴 수 있으니 그 주만 편성표를 한 번 확인하시면 됩니다.
tvN 개국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만든 작품이라 제작진 이름이 꽤 무겁습니다. 연출은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찍은 유인식 감독이 김윤진 감독과 함께 맡았고, 극본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쓴 류보리 작가입니다. 제작은 스튜디오드래곤과 낭만크루가 했습니다.
원작 웹툰이나 소설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드라마로 쓴 창작물이라 결말을 미리 찾아볼 방법도 없습니다. 언론 시사회에서는 1회가 소개만 하다 끝나는 보통의 첫 회와 달리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주인공 이름이 두 개인 이유
드라마를 볼 때 가장 먼저 헷갈릴 부분입니다. 김유정이 맡은 인물은 이가경이고, 박진영이 맡은 인물은 김태웅이면서 사토 히데오입니다.
이가경 쪽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소매치기 출신이 총독부에 통역생으로 들어가려면 신분부터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총독부 안에서 불리는 이름과 원래 이름이 같을 수 없으니, 극 중에서 그녀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가 곧 지금 누구를 속이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표시가 됩니다.
더 복잡한 쪽은 김태웅입니다. 그는 조선총독부의 신임 통역관인데, 총독부 2인자인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의 양자이기도 합니다. 조선 이름 김태웅과 일본 이름 사토 히데오를 함께 가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 고위 관료의 아들로 자란 사람이니, 본인도 자기가 어느 쪽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이 관계를 알고 나면 줄거리의 긴장이 어디서 오는지 보입니다. 가경이 빼내야 하는 정보는 정무총감 쪽에 있고, 그 정무총감의 아들과 가까워질수록 임무는 쉬워지지만 마음은 어려워집니다. 제목의 거짓말은 결국 두 사람이 서로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을 함께 가리키는 셈입니다.

김현주, 이무생, 진선규가 서 있는 자리
조연 세 사람의 배역도 이야기의 축 하나씩을 맡고 있습니다.
김현주는 독립운동 조직 구국단의 저격수 유소란을 연기합니다. 가경이 밀정으로 들어간 쪽 사람이라는 뜻이고, 현장에서 총을 드는 인물이라 첩보물의 긴장감을 책임지는 역할로 보입니다. 김현주가 총을 드는 장면만으로도 화제가 될 만한 캐스팅입니다.
이무생은 미국 언론사의 경성 특파원 유필립입니다. 총독부와 독립운동 양쪽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바깥사람이라, 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판을 바꿀 수 있는 자리입니다.
진선규는 앞에서 말한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입니다. 가경이 노리는 표적이자 태웅의 양아버지라, 사실상 세 사람의 관계를 한꺼번에 묶고 있는 인물입니다. 첫 방송 이후 인물 관계가 더 드러나면 관계도를 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하필 1932년인 이유
드라마가 고른 해가 우연은 아니라고 봅니다. 1932년은 독립운동사에서 굵직한 사건이 두 번이나 터진 해입니다. 1월에는 이봉창이 도쿄에서 일왕이 탄 행렬에 폭탄을 던졌고, 4월에는 윤봉길이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군 수뇌부가 모인 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졌습니다. 그 전해인 1931년에는 만주사변이 일어나 일본이 대륙 침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총독부 입장에서는 감시를 가장 바짝 조이던 시기였고, 독립운동 쪽에서는 무장 투쟁이 다시 불붙던 시기였습니다. 밀정 한 명이 총독부 한가운데서 100일을 버틴다는 설정이 그만큼 아슬아슬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드라마가 이 실제 사건들을 직접 다룰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극 중 인물들이 어떤 공기 속에서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데는 충분한 배경입니다.
총독부가 생기기 이전, 조선의 힘이 어떻게 꺾여 갔는지가 궁금하다면 을미사변과 아관파천 글을 같이 보시면 흐름이 이어집니다.

한 번에 정리하면
100일의 거짓말은 10월 10일 밤 9시 10분에 시작하는 tvN 토일드라마로, 총 16부작이고 티빙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김유정이 총독부에 위장 잠입한 소매치기 출신 밀정 이가경을, 박진영이 정무총감의 양자이자 통역관인 김태웅(사토 히데오)을 맡았습니다.
원작이 없는 창작물이라 결말은 방송으로만 확인할 수 있고, 1회를 볼 때 누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만 잡아 두면 흐름을 놓치지 않습니다.
📌 같이 보면 좋은 글
→ 을미사변 뜻과 배경, 일본은 왜 경복궁에서 왕비를 시해했을까
→ 아관파천 뜻과 배경, 왕이 1년 동안 남의 나라 공사관에 산 이유
→ 닥터X 원작과 등장인물 정리, 총 12부작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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